영봉 위로 달이 뜨는 산, 월악산

충북 충주와 제천, 단양과 경북 문경 등에 걸쳐 있는 월악산은 예부터 우리나라의 5대 악산으로 꼽힐 만큼 중요한 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고봉은 월악영봉으로 해발 1,094m를 자랑한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달이 뜨면 산의 주봉인 영봉에 걸린다고 하여 월악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월악산은 1984년 우리나라의 1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 곳곳에 덕주사, 산성지, 미륵대원지 등 다양한 문화 유적과 송계 8경 등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봄에는 다양한 봄꽃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며,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또 겨울에는 설경이 장관을 이뤄 사시사철 등산객들로 붐빈다. 월악산의 정상에 오르면 길게 펼쳐진 능선과 여러 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지는 바위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가을에 찾아오는 단풍은 매년 많은 관심을 모은다. 월악산은 충북 지역의 첫 단풍이 찾아오는 곳으로 자주 보도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제비 모양을 닮은 바위 능선을 지니고 있는, 해발 721m의 제비봉이 주요 관람 포인트이다. 단풍놀이를 갈 계획이 있다면 그 장소 후보에 넣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내 유일의 북향 절터, 미륵대원지

월악산 국립공원에 남아 있는 다양한 문화유적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바로 미륵대원지다. 해발 378m의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미륵대원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터로 유명하다. 본래 '미륵리사지'라 불렸으나, 지난 2011년부터 '미륵대원지'로 명칭을 바꿔 부르고 있다. 미륵대원지는 신라의 마지막 왕자였던 마의태자가 나라가 망한 것을 슬퍼하며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관세음보살의 꿈을 꾸고 이곳에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남아 있는 문화재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 초기인 10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절터에는 미륵리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한 오층석탑, 삼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등의 문화재가 남아 있다. 지형이 북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에 맞춰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절터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거대한 크기의 돌기둥과 당간지주이다. 이들 석주는 보통 절 입구에 세워지며, 괘불이나 깃발 등을 세울 때 사용된다. 미륵대원지에 남아 있는 석주에는 화려한 연꽃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이렇게 연화문이 새겨진 당간지주는 경주 보문동과 이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지나치면 북쪽을 향해 서 있는 커다란 귀부를 만나게 된다. 거북이 모양을 한 조각의 등 부분에는 비석을 세웠던 구멍이 남아있다. 또 조각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거북이 몸체에 작은 새끼 거북이들이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돌거북 바로 앞에는 화강암을 다듬어 만든 5층 석탑이, 석탑 주변에는 모양이 제각기 다른 석등 2기가 남아 있다. 석등을 지나고 나면 또다른 명물인 미륵리석조여래입상을 볼 수 있다. 보물 제96호인 이 입상은 그 높이가 약 10m에 이른다. 경직된 얼굴에 마치 장승처럼 표현된 신체를 지니고 있어, 전형적인 고려 전기의 석불 형태를 띤다.